아파트 아래층

아랫집 남자가
정중히 초인종을 눌렀다.
“발소리 조금만 가볍게 다니세요.
걸상도 끌지 마시고요.
새벽엔 화장실 물소리도 작게요.”
그 말은 마치
싸움을 앞둔 손끝처럼 떨렸다.

세 번의 항의,
우리의 마음도 점점 지쳐가고
집 안의 발걸음도 구름 위를 걷는다.

그러던 어느 날,
관리소장의 목소리가
비밀처럼 새어 나왔다.
“아래층, 아들 사업이 망해서
집이 경매에 붙었답니다.
관리비도 못 내고 시골로 내려간대요.”

그 말을 들은 밤,
우리 부부는 괜히 미안해서
조용히 불을 끄고 누웠다.
밤늦게까지 뒤척이며 잠 못 이루던 그 집의 아들,
그의 마음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층간소음이란 녀석,
사람과 사람 사이의 얇은 벽을
미움과 연민으로 갈라놓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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