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도록
봄이 오는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북풍(北風)에 놀란 가슴이
깊은 어둠 속으로 숨어
숨을 죽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오래도록
봄의 기척을 볼 수 없었습니다
남풍(南風)에 문득 풀려버린 가슴이
어쩐지 부끄러워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느 날
아주 작은 소리가 귓가를 스쳤습니다
꽃봉오리가
세상을 향해 첫 숨을 터뜨리는 소리
노랗고 하얀 치마폭 사이로
붉은 저고리를 걸친 봄처녀가
햇살이 닦아놓은 길을 따라 걸어옵니다.
가장 여린 떨림의 손길로
늦게 마중 나온 사내의 어깨를 토닥이면
겨우내 움츠러들어 있던 기운들이
조용히 기지개를 폅니다
비로소 몸 속 깊은 곳에서
봄의 노래가 낮은 저음으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