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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당 밑 분당

_ 박도진 · 2026-03-21 19:40

낯선 곳은 늘
가슴 한켠의 문을 먼저 두드린다
머나먼 길 끝에 닿은
천당 밑 분당
청솔마을, 까치마을
이름마저 정겹게 불리는 동네엔
대단지 아파트 숲이 빼곡하고
그 숲 사이로 사람 사는 윤기가 흐른다

무엇보다 부러운 것은
탄천을 따라 굽이치는 산책길과
맨발로 마음까지 내려놓게 하는 흙길
비싼 집값보다 먼저
삶의 숨결이 다가오는 자리

분당의 오래된 주거지는
세월이 흘러도
쉽게 빛을 잃지 않는다
산은 부드럽게 등을 받쳐주고
서울은 멀지 않게 곁에 있으며
학교와 숲과 길이
한 동네의 품속에서 이어지기 때문이다

재운(財運)이 따라준 이들만이 아니라
삶을 성실히 가꾼 이들이
마침내 깃들게 되는 곳
값은 숫자로 적히지만
살림의 품격은
끝내 숫자 밖에서 완성된다

이곳에 머무는 이들이여
복주머니 같은 날들을 오래 품고
좋은 일 더 많이 지으며
저마다의 인생을 넉넉히 누리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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