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식당의 배식창구에서
수전증을 앓는 노인이 밥그릇을 든다
손은 무거운 바람을 품은 듯 떨리고 있다
바닥으로 먼저 무너져 내리는 젓가락
금속의 가느다란 비명이
내 손등까지 차갑게 번져 온다
한 움큼씩 약을 삼키는 사람들
살기 위해 삼키지만
그 약은 또 다른 밤을 깨운다
보이지 않는 벌레처럼
간지럼이 몸속을 기어 다니고
잠은 문 앞까지 왔다가 돌아선다
질병은 노크하지 않는다
어느 날 문지방을 넘어와
안방 주인 노릇을 한다
남겨진 노인들은 싸우는 법보다
내려놓는 법을 먼저 익힌다
그러나 세상에는
효자손보다 깊이 닿는 손이 있다
손이 닿지 않는 외로운 등에
고요히 연고를 바르는 손
골방의 어둠에 잠긴 몸을 일으켜
햇빛 쪽으로 돌려 세우는 손
우리 곁에는
날개를 숨긴 사람들이 있어
삶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떨리는 손으로도
다시 하루를 들어 올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