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가진 아파트의 등기부를
사십 통이나 넘겨 보았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벌어진 갭(Gap)의 틈에 몸을 밀어 넣던 날,
열풍이 들썩이던 그 봄날에
그녀는 가장 높은 가지를 움켜쥐었다
그것이 끝내 꺾일 상투인 줄도 모르고
한 동짜리 외로운 나홀로 아파트
백 세대 중 스물네 채를
겁 없이 껴안았던 야망의 팔들
이제는 천 원짜리 몇 장에 손을 떨며
점심 한 끼의 무게 앞에 무너진다
월세는 바람처럼 비켜 가고
주인 잃은 현관문마다
차디찬 적막만 먼지처럼 쌓인다
관리비 고지서 위로
이자가 이자를 새끼 쳐 올린
팔천만 원의 검은 그림자
경매의 작두 위에 올려 보려 해도
등기부는 이미 비명이 난무하는 전쟁터
근저당과 압류, 가압류의 딱지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밀려난 후순위의 이름으로
제 살점 하나 건질 몫이 남아 있을까
그녀의 허점을 낱낱이 들추며
사십 통의 절망을 넘기는 자치회장의 손길
깨진 바가지를 안고
속 빈 배처럼 웅크린 여자의 등 뒤로
저문 해가 길게 눕는다
요지경 속 같은 삶이라 하여도
밥 한 번 따습게 함께 먹어 보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