눕혀진 비석

나는 비석이 되는 꿈을 꾸었다
큰돌을 찾는 석공의 눈빛이
내몸의 묵직한 결을 쓰다듬으며
운명의 자리를 가리켰다

관찰사 나리의 공적비로 세워져
한 시대의 영광을 짊어진채
나는 따스한 실바람 앞에 서 있었다

그러나 암울한 세월
나라 이름마저 잊혀지고
천황 폐하 만세 함성이 울릴 때
이미 예감했지
비석의 운명도 자유로울 수 없음을

독립이 찾아오고
민족혼이 다시 깨어날 때
누군가의 발걸음이 내곁에 멈추었네

치욕의 이름이 적힌 비석
나는 스스로 땅에 누었다
역사의 부끄러움을 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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