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만 — 회상의 노을

저무는 노을빛이
갯벌 위를 부서지며 번진다
사진가들이 몰려드는 명소, 여자만

고흥반도 간척지의 끝에서
하염없이 너를 바라보다가
시간마저 물결처럼 밀려가고
나는 오랫동안 너를 잊고 살았다

오늘, 버스 안내판 속 뉴스 한 줄
“여자만, 국가 해양생태공원 예타대상 선정”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내 마음이 바다처럼 들썩인다

교가(校歌)에 여자만이 들어간 학교
그 언덕의 바람과 종소리가 아직도 들린다
오일장이 서던 유둔리 장터,
장터식당은 하숙생들의 집합처였다

주말마다 텅 빈 하숙방
갈 곳 없는 청춘이 바다를 찾아가
물결 위에 자기 얼굴을 비추곤 했다
어느 날, 한 척의 화물선이 지나가고
그 배가 나의 미래인 듯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바다를 택했다

반세기가 흘러
여자만, 너의 이름을 듣는 순간
그때 그 얼굴들, 애띤 청춘들이
물결처럼 내 마음으로 걸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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