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지나면

세월이 지나면
오월의 장미 시들어지듯
그날의. 함성도 사라지리라. 믿었겠지

세월이 지나면
이팝꽃잎들이 휘날려 사라지듯
그날의 핏자국도 지워지리라 믿었겠지

새날이 오리라 믿었던 절벽같은 소원
마음은 총부리 앞에 흔들려
어두움 속에서도 죽음의 그림자를 보았지
죽은자가 산자를 위하여 불러주는
노래를 들으며 공포에 젖어 있었지

모짜르트의 진혼곡 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총탄
우리의 청춘도 쏘아대고
붉은 선혈만. 남기어 두었지

이제 무엇을 더 바라리오
오월의 하늘아래
민주열사의 무덤이 열리고
호흡없던 생명이 되살아 나는데

그날의. 목쉰 외침이 깃발되어 나부끼는데
우리의 발자국이 지워지지않도록
산자여 디시 꽃이 되어 피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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