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후손, 범선

좁은 아파트 구석에
시간의 항해를 멈춘
물소의 뿔로 빚은 모형 범선.

바람 하나 믿고
대서양과 인도양을 넘나들던
바람의 후손이여,
대항해의 시대를 기억하는가.

산처럼 치솟는 파도에도
청춘을 던졌던 도박,
느슨해진 돛줄을 당기며
새 바람 불어오길 뜨겁게 기다리자.

삶 또한 도전의 바다,
책상 머리 앞에서도
시장 바닥의 어물전에서도
멈추지 않는 항해여야 한다.

비록 나이 들어
우람한 팔뚝이 더 이상 아니어도 좋다.
움츠리지 말고,
가슴의 돛을 활짝 펴라.
바람 앞을 향해,
굳세게 나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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