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죽나무

조용히, 발자국 소리도 없이
내 곁으로 오실 줄 알았습니다

찔레꽃에 넋을 놓고
아카시아 향에 취해 있을 때
그대가 멀리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오솔길
그 힐링의 숲 속에서
하얀 옷 입고 수줍게 고개숙인 나를
그대는 잊고 있었습니다

햇살조차 스미지 못한 녹음 속에
그리움을 하얀꽃으로 칠하고
산골짜기를 기다림으로 덮었습니다

그꽃을 사뿐히 밟으면서 잊혀진 꽃
때죽나무 꽃을 기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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