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문턱

세월이 빠르단 걸
나이 들어서야 알다니.

머리엔 달빛이 내려앉고
힘셈도 잦아들어
자주 땅과 입맞춤하게 되었을 때,
나는 조용히,
세월의 문턱에 앉아 있네.

고운 얼굴 스쳐도
가슴 한켠이 고요할 때,
고통이 벗 되어
그림자처럼 따라올 때,
차라리 하늘이 불러주길 바라는
그 쓸쓸한 저녁.

그대여,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그 마음은
함께 걸어온 얼굴들의
따뜻한 체온 때문이었지.

마지막 생의 장면이
초라한 뒷모습 되지 않게,
이제, 거울 앞에 자주 서자꾸나.

이 아름다운 별에서의 긴 소풍.
그 모든 날들은
감사의 눈물로 적셔진
조용하고 빛나는 여정이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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