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우산

밝고 흰 세마포 옷만이
천사의 표시는 아니다.

시월 중순,
양림동 언덕의 가을밤 축제.
주룩주룩 비 내리는 어둠 속,
봉사하던 손을 멈추고 걸어가는데
젊은 엄마와 어린 딸이
내 앞을 지나간다.

딸이 쓰고 있던
작은 우산 하나,
내게 내어 주는 순간
나는 천사를 만났다.

그 따뜻한 배려는
시인의 마음에 새겨져
기록하지 않으면 안 될 은혜.

비의 기세가 한풀 꺾이고
내 손에 남은 이 우산,
이제 누구에게 전해야 할까.

어느 날, 나 또한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천사’라 불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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