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쓴다는 것은

거울 앞에 서서
자기 얼굴만 비춘다면
맹숭맹숭한 낯빛만 남으리라.

화장하듯 고운 빛깔을 입히려면
먼 길을 걸어간 시인의 발자취를 따라 간다
그들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노트 위에 굵직이 새겨보아야 한다.

못생긴 얼굴조차
나르시즘의 거품에 잠기면
어느새 천하일색 양귀비가 되고,
세상의 모든 꽃은 호박꽃으로 보이는 법.

그래서 시인은 다른 시인을 만나고
그들의 시집을 펼쳐 읽는다.
그 시간은
영양제를 맞은 몸처럼
새 힘이 솟는 순간이다.

양림동의 시인들이
시 한 편을 얻기 위해 쏟은 땀방울과
밤을 지새운 영혼의 불빛을
나는 헤아려 본 적이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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