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흰머리를 검게 물들이며
- 시인: 박도진
- 작성일: 2025-10-14 01:55
알뜰살뜰한 아내
만원짜리 석장을 아끼려
지난번 염색후 남은 것을
내게 먼저 바르고 머리솔을 내민다
부부의 머리가
곱게 물들기를 기다리며
약속시간 꼬박 기다려 씻었는데
염색이 아닌 먹물만 발랐지
이번에는 저번의 실수를 기억하고
새약을 발랐어
먼저가는 세월이란 녀석이
뒤에 오는 사람에게
엣다 엿이나 먹어라 하며 주는것이
하얀 머리였어
아내의 머리카락 밑이
배추 밑동처럼 허옇고
담쟁이 돌격대처럼
한꺼번에 솟구쳐 오를 때
다른 시름은 참을 수 있어도
그것만은 머리솔로 막아내는거야
오징어 먹물로 세월을 잡고
검은 물결로 아내의 마음을 붙잡는
놀라운 사건
그것을 기록하려고
자다가 깨어 시를 쓴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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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짜리 석장을 아끼려
지난번 염색후 남은 것을
내게 먼저 바르고 머리솔을 내민다
부부의 머리가
곱게 물들기를 기다리며
약속시간 꼬박 기다려 씻었는데
염색이 아닌 먹물만 발랐지
이번에는 저번의 실수를 기억하고
새약을 발랐어
먼저가는 세월이란 녀석이
뒤에 오는 사람에게
엣다 엿이나 먹어라 하며 주는것이
하얀 머리였어
아내의 머리카락 밑이
배추 밑동처럼 허옇고
담쟁이 돌격대처럼
한꺼번에 솟구쳐 오를 때
다른 시름은 참을 수 있어도
그것만은 머리솔로 막아내는거야
오징어 먹물로 세월을 잡고
검은 물결로 아내의 마음을 붙잡는
놀라운 사건
그것을 기록하려고
자다가 깨어 시를 쓴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