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하나 스치지 못한다

풀꽃 하나 스치지 못한다
시를 쓰고 난 뒤.

아, 그렇지
사진 한 장이면 족한 세상
검색창 앞에 펼쳐진
족보와 고향,
꽃의 얼굴과 몸매,
심지어 잠든 모습까지 알려주는
정보의 두둑한 힘

그러나 그 위에
어떤 감성의 옷을 입히는가
그것은 여전히
시인의 몫이었지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일,
그것은 기계가 아닌
파끓는 심장이 해야 할 일

아, 그렇지
인공지능의 그림자만 쫓아가면
텅빈 메아리만 남아
무덤속에 갇힌 시인이 되는거야

싱싱한 횟감같은
반전 드라마가 열릴 순간,
그곳에 닿지 못해
시인의 가슴은 늘 출렁이며
매일 애타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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