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가로수 아래에서

가을의 햇볕이 줄어들자
푸른빛은 노을빛으로 물들고
열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나무는
하나둘 잎을 놓으며
벌거숭이의 고독을 택한다

삶의 황금빛 꼭대기에서
스스로를 풀어주듯
낙엽은 마지막 춤을 남기고 떨어진다

그러나 그것은 사라짐이 아니라
봄을 위한 은밀한 약속,
새싹을 남기는 이별의 의식이다

나를 보내는 그대 또한
헤어짐 속에서
가장 고운 빛깔을 지켜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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