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봉선화의 물에 젖어

물봉선화의 물에 젖어

토종꽃을 언제 보았던가
저 자줏빛으로 물들어 고개 숙인 꽃을
그 곁에 언제 서 있었던가

깊은 계곡에 닿지 못하고
습한 곳에 머물러 정박한 꽃들
자줏빛 바다를 만들어
마음을 두둥실 뜨게 만드네

한쪽으로 기울어진 깔대기 꽃
그 모습 부끄러워
언제나 고개를 숙이고 있는가
이젠 우린 그 언저리를 떠날 수 없었다

지금
우리 마음이 몹시 흐린 날
서성이던 바람이 젖은 비로 찾아온 날
가냘픈 몸으로 반겨주던 물봉선화의
손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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