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둥이 꽃

잠들기 전,
약을 두 번이나 삼키고
밤새 부작용에 뒤척인다.

입심 센 여자들
키가 작다 놀려도
그저 웃어넘기는 나이.

세월을 무심히 흘려보내다
이제야 철이 들어
시를 쓴다.

갈지도 않은 땅,
녹슨 감성 위에
어찌 꽃이 피겠는가.

허술한 잎 몇 장만
덩그러니 흔들릴 뿐.

체념을 모르는 바보처럼
늦게라도 꽃망울 맺으려
가슴 깊이 애쓴다.

그때, 그곳에
조용히 단비가 내리고—

그대의 꽃,
세상에서 가장
싱그럽게 피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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