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호박 아홉덩이

늙은 호박 아홉덩이

빈땅에 씨 뿌려
여름 햇볕 속,
긴팔 긴바지 차림으로
땀으로 키운 호박들

추석 앞둔 초가을
아홉 아이 시집 보내듯
오토바이에 가득 싣고
나눔의 정 전한다

가장 고운 아이는 사돈댁에,
조금 어설픈 아이는
키타 치는 아줌마에게,
유튜브를 가르쳐 준
가난한 시인에게도

둥근 몸짓에
가을 햇살 밴 갈색 껍질,
속은 연한 노란빛
처녀의 고운 속살에
어느 사내 반하지 않으랴

부엌 가득 풍요를 품고
삶아 으깬 달콤한 속살
쌀가루와 함께 끓이면
따스한 호박죽이 되어
가슴에 온기 퍼진다

아홉 덩이 늙은 호박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 되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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