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이라는 도둑

층간소음이라는 도둑

위층에서 내려온 발소리,
발망치를 든 도둑이
쿵쿵, 제집인 양 소리친다.
“신고하라면 해보라”는 배짱 속에
밤은 금세 흔들린다.

나는 천천히 숫자를 세며
도둑이 제풀에 지쳐
사라지길 기다린다.

작은 아파트 숲,
승강기 안에는 경고문이
수배전단처럼 붙어 있고
놀란 이웃들은 까치발로 걷는다.
예민한 이의 밤은 길고,
이사 갈 마음은 커져만 간다.

강아지 울음, 담배 연기,
사소한 불편이 겹칠 때에도
이곳은 우리의 보금자리.
버리고 떠날 수는 없다.

미운 사람에게 떡 하나 더 주듯,
눈 감고 귀 막으며
오늘도 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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