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이 나간 자를 위하여

넋이 나간 자를 위하여

한 사람만 걸려들어라,
치매의 침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게 하리라.
그 독은 번개처럼 퍼지지 않고
서서히, 천천히, 영혼을 말려 죽인다.
똑똑하던 이도,
꽃처럼 곱던 이도
그 독에 취하면
허망한 망상 속을 헤맨다.

만약 이 확률이 로또라면
두 다리 뻗고 단잠을 자련만,
세 사람 중 하나라면
우린 모두 전방 초소의 보초병이어야 한다.
가장 사랑한 얼굴을 잊고,
추억은 모래바람에 흩날리고,
인간의 존엄은 문틈 사이로 달아나며,
삶은 송두리째 흔들린다.
넋마저 먼 길 떠난 뒤,
남은 자들의 가슴은 허공을 붙든다.

시들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
벚꽃은 봄바람에 흩날리고,
동백은 봉오리째 붉게 떨어진다.
우리 또한 언젠가
그 길목에서 아름다운 꽃잎으로 사라지리라
← 시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