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

버스를 타러 오가는 길목,
매일 마주하는 수국 나라.
꽃처녀가 먼저 눈웃음 건네자
지나간 일이 떠오릅니다

빗방울도 머물지 못한 척박한 땅,
그곳에 피어난 우리의 수국.
고단한 세월을 닮았었다
부지런한 손길 따라 수국도 활짝 웃었고
아이들은 그 앞에서 천사처럼 웃었네.

수국의 꽃잎 지고
붉은 상사화 바람에 나부낄 때,
몰래 들여다보렵니다.
몸살나도록 심은 꽃,
그 향기 놓치고 싶지 않아.

밤열차 타고 외로운 섬으로 왔지만
이곳엔 수국만 심으렵니다.
상사화의 슬픔에 잠기지 않으려
내 마음엔
늘 풍만한 수국이 피어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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