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메모

잃어버린 메모

버스 안, 흔들리는 자리에서
종이 대신 네이버 메모에 시를 쓴다
사람들에 치이고, 교통에 갇혀도
손가락은 꿋꿋이 글자판을 두드린다.

비좁은 차 안, 폭포수같이 시가 쏟아지는데,
콧대 높은 그녀,
도도한 아가씨가 찾아온 것이다

어여쁜 그녀가
버스 흔들림에 삐친 건가.
눈 깜짝할 사이 기록이 사라졌다.
보석 같은 시구(詩句)들은
휴지통조차 거부하고 증발했다.

“다시 쓰면 되지.”
스스로를 위로해 보지만,
그 까칠한 여인이
두 번 찾아올 리 없으리라.

결국 앓는 소리를 시로 바꾼다
손에서 떠난 건
사랑도, 시도, 다 아까운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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