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니 자리 맞추기
- 시인:
박도진
- 작성일: 2025-09-06 11:10
틀니 자리 맞추기
나이 들었다는 신호는
흰 머리도, 주름도 아니었네.
그저 치과 예약 문자,
달력에 자주 찍히는 붉은 점이었지.
평생 벗 삼으리라 믿었던 틀니,
십 년 가까운 동거 끝에
밥상 위에서
뚝! 소리 내며 절교하더이다.
새로 맞춘 틀니,
의사는 금메달 감이라 장담했건만
한 숟갈 밥마다 통증이
잔소리처럼 따라붙는다.
아, 탐색전은 길고
결국 옛사랑 같은,
부러진 틀니를
다시 모셔 들인다.
입안이든 인연이든,
맞추어 산다는 게
늘 이처럼 시끄럽고도 웃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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