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순 밥 한 그릇

따순 밥 한 그릇

점심 도시락 싸들고 다니는 일이
어찌 쉬운 일이던가.

수녀님의 뜻은 분명했다.
따순 밥 한 그릇이면
오후를 힘차게 살아낼 수 있으리라.

밥상 위 천 원짜리 두 장,
주머니 사정 가벼워도
넉넉한 마음의 자리엔 흠칫도 없다.

무료 봉사자와 식재료를 내어주는 이들,
그들의 손길에 감사하며
낯선 얼굴들과 나란히 앉는다.

수요일이면 카레 향기 퍼지고
김칫국은 늘 고정 손님,
질리지 않게 먹는 방법을
또 다른 나눔 속에서 배운다.

한 그릇의 밥이
이토록 따스할 수 있다는 것을
오늘도 새삼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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