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자존심
- 시인:
박도진
- 작성일: 2025-07-24 15:37
차가운 음식
수박과 참외가 내게 등을 돌릴 때
화장실만 들락거렸지
하루에 커피를 대여섯잔을 마시고
주전자체 막걸리를 비어도
싱싱한 시절에는
조용히 하루가 지나갔었지
해질 무렵
누군가 내미는 믹스커피 한잔
그 한모금에 밤새 뒤척이며
잠을 쫓는 법을 다시 배운다
새벽마다 불끈 불끈 솟던
남자의 자존심은
이제 겨우 푸른 알약에 의지하고
육체는 아직 꼿꼿하지만
좋아하는 음식과. 작별해야하는 시간
그래 모든 것을 받아 들일 호수처럼
조용히 마음을 접어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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