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연가(戀歌)
- 시인: 박도진
- 작성일: 2025-08-29 18:34
은행나무 연가(戀歌)
은행나무여
이제서야 긴 잠에서 깨어 당신을 봅니다
당신의 오랜 친구가 되어도 될까요
뿌리 깊은 밑동에 숨겨진 문,
아무도 열지 못했던 그 비밀
아름드리 당신이 쓰러지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사랑에 이토록 둔한 사내였다는 것을
암나무와 숫나무가 서로에게 속삭이며 살아간다는 것을,
백악기 공룡보다 먼저 태어난 살아 있는 화석이라는 것을.
황금빛으로 영근 열매는
씁슬함으로 얼룩졌지만
백만 년을 살아온 처절한 몸부림이었음을
가을, 온 세상이 노란 빛으로 물들던 날
우리는 노란 손수건을 흔들며 울었지
그대의 신비가 온몸에 스며들어
한 해의 끝자락을 알려 주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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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여
이제서야 긴 잠에서 깨어 당신을 봅니다
당신의 오랜 친구가 되어도 될까요
뿌리 깊은 밑동에 숨겨진 문,
아무도 열지 못했던 그 비밀
아름드리 당신이 쓰러지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사랑에 이토록 둔한 사내였다는 것을
암나무와 숫나무가 서로에게 속삭이며 살아간다는 것을,
백악기 공룡보다 먼저 태어난 살아 있는 화석이라는 것을.
황금빛으로 영근 열매는
씁슬함으로 얼룩졌지만
백만 년을 살아온 처절한 몸부림이었음을
가을, 온 세상이 노란 빛으로 물들던 날
우리는 노란 손수건을 흔들며 울었지
그대의 신비가 온몸에 스며들어
한 해의 끝자락을 알려 주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