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2215외
- 시인: 이명란
- 작성일: 2025-08-27 15:57
어머니2215
-바람의 기도
이명란
바람은 이름 없이
이 세상 모든 창을 두드린다
고요한 마음 하나 품고
떠난 길 위에 햇살이 앉는다
삶은 저 먼 데 있지 않다
바람처럼 가볍고 투명하게
한순간을 다해 살아내는 것
기도란
그 한순간을 사랑하는 일이다
어머니2216
-빛의 자리
이명란
깊은 어둠 속에도
한 줄기 빛은 숨 쉬고 있다
울지 않고도 흐르는 것이 있다
별빛처럼 묵묵히 살아내는 마음
그 자리에 내가 있다면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도 좋다
한 존재가 빛으로 남는 일은
소리 없이 다가오는 사랑이다
어머니 2217
– 다시 묻는다
아들아!
시란 무엇이니?
나는 밥 짓듯
글을 썼고
너는 기도하듯
시를 남겼지
그러면, 너는
나를 시로 이해했니?
어머니 2218
– 등불 아래서
네가 떠나고 나서야
나는 등불을 켜는 법을 배웠다
어두운 방에
시 한 편 펼쳐 놓고
그 불빛 속에서
네가 웃는 얼굴을
찾는 연습을 한다
나는 이제야
어머니가 되었다
어머니 2219
– 그리움의 얼굴
누가 그러더라
시는 그리움의 얼굴이라고
그래서 너는
언제나 등을 보이고 있었니?
나는 너를 마주 보려 했고
너는 뭔가를 향해
자꾸 걸어갔지
그래서 지금도
네 시를 읽을 때마다
나는 등을 쓰다듬는다
어머니 2220
– 마지막 장
나는 이제
너의 시집 마지막 장을
덮을 줄 알게 되었다
눈물 없이
기도처럼
책을 덮으며
나는 말한다
“너는 시였고,
나는 그 시의 여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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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기도
이명란
바람은 이름 없이
이 세상 모든 창을 두드린다
고요한 마음 하나 품고
떠난 길 위에 햇살이 앉는다
삶은 저 먼 데 있지 않다
바람처럼 가볍고 투명하게
한순간을 다해 살아내는 것
기도란
그 한순간을 사랑하는 일이다
어머니2216
-빛의 자리
이명란
깊은 어둠 속에도
한 줄기 빛은 숨 쉬고 있다
울지 않고도 흐르는 것이 있다
별빛처럼 묵묵히 살아내는 마음
그 자리에 내가 있다면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도 좋다
한 존재가 빛으로 남는 일은
소리 없이 다가오는 사랑이다
어머니 2217
– 다시 묻는다
아들아!
시란 무엇이니?
나는 밥 짓듯
글을 썼고
너는 기도하듯
시를 남겼지
그러면, 너는
나를 시로 이해했니?
어머니 2218
– 등불 아래서
네가 떠나고 나서야
나는 등불을 켜는 법을 배웠다
어두운 방에
시 한 편 펼쳐 놓고
그 불빛 속에서
네가 웃는 얼굴을
찾는 연습을 한다
나는 이제야
어머니가 되었다
어머니 2219
– 그리움의 얼굴
누가 그러더라
시는 그리움의 얼굴이라고
그래서 너는
언제나 등을 보이고 있었니?
나는 너를 마주 보려 했고
너는 뭔가를 향해
자꾸 걸어갔지
그래서 지금도
네 시를 읽을 때마다
나는 등을 쓰다듬는다
어머니 2220
– 마지막 장
나는 이제
너의 시집 마지막 장을
덮을 줄 알게 되었다
눈물 없이
기도처럼
책을 덮으며
나는 말한다
“너는 시였고,
나는 그 시의 여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