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장의 황화 코스모스

가을바람에 흔들린다며
사람들은 나를 가냘픈 꽃이라 불렀지.
그러나 오늘, 나는 절벽을 메운다.
양궁장 한편을 온통 덮어
활 끝의 떨림마저 받아내고 있다.

능소화의 붉은 빛을 닮아,
과녁을 꿰뚫는 사수들의 눈매와
꾹 다문 입술을 비춘다.
나는 더 이상 바람에만 흔들리는 꽃이 아니다.
여전사의 옷을 입고
사자도 쓰러뜨릴 기개를 품었다.

그러니 나를 약하다고 부르지 말라.
황화 코스모스로 피어난 나는
한 송이의 떨림 속에서
시대의 힘과 숨결을 쏘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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