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릇

비탈진 언덕길
머리에 붉은 화관 둘러 쓴 채
수줍음으로 발그레 미소 짓는다

꽃술로 왕관 만들어 길게 늘어뜨리고
불타는 정열 앞세워 벌 나비 반기는
저 의연한 자태

큰 나무 그늘 밑에
하늘 향해 서서 오가는 이에게
고귀한 성품 붉게 불태우고

태풍 끝자락
땅속에 움츠리다 폭설이 오기 전에
하늘 향한 느긋하고 어여쁜 자태

얼기설기 모여서
돋아날 새 순 그리움 안고
목 빼고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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