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로 채워지는 하루

새벽 4시.,
온 세상이 아직 꿈나라에 잠겨 있을 때, 나는 조용히 눈을 뜬다.
고요한 이 시간, 하루를 여는 첫 인사는 스트레칭이다.
천천히 굳은 몸을 풀며, 내 안의 생명과 대화를 나눈다.
“오늘도 잘 살아보자.”
책상에 앉아 마음을 펴낸다.
하얀 종이에 하루의 다짐을 써 내려가며, 나는 내가 살아 있음을 느낀다.
어둠 속에서 한 자 한 자 써내려가는 글이 내 마음을 비추는 등불 같다.
5시가 되면 여동생이 일어난다.
함께 아침을 준비하며 따뜻한 말 한마디, 눈빛 하나에도 위로가 깃든다.
6시에는 남편과 나, 그리고 여동생, 이렇게 셋이 식탁에 마주 앉는다.
소박한 음식이지만, 정성과 사랑이 담긴 이 시간은 하루 중 가장 따뜻한 순간이다.
6시 45분, 남편과 함께 출근길에 나선다.
나는 95세 아버님과 93세 어머님 댁으로 향한다.
어르신들의 아침을 챙기고, 집안을 정리하며 빨래도 널고,
잠시도 손을 놓을 틈 없는 시간이지만, 그 안에서 삶의 깊은 보람을 느낀다.
10시가 되면 수영장으로 간다.
11시부터 50분 동안 물속을 헤엄치며, 자유형도, 배영도, 접영도 골고루 익힌다.
물은 내게 새 힘을 준다. 피곤했던 몸이 살아나고, 마음엔 평온이 내려앉는다.
수영을 마치고 곧바로 12시 반부터 다시 어머님 방문요양을 시작한다.
식사 보조, 말벗, 정리와 간호까지… 몸은 바쁘지만 마음은 고요하다.
그분 곁에 있는 시간이 내게는 하나의 기도요, 헌신이다.
오후 3시 반이 되어야 비로소 마무리된다.
집으로 향하지 않고, 곧바로 또 어르신 댁으로 향한다.
이번에는 저녁을 준비하고 뒷정리를 돕는다.
노부부의 하루를 온전히 돌보는 이 시간이 내 삶의 중심이 되었다.
일을 마치고 나면 어느덧 6시 반.
밖에서 맨발 걷기를 하며 기다리는 남편이 고맙고 든든하다.
7시에 집으로 돌아오면 잠시 쉰다.
그리고 여동생과 함께 효덕 근린공원의 황토 맨발길로 향한다.
하루의 피로가 흙길을 걷는 발바닥 아래로 스며나간다.
걸으면서 우리는 오늘 하루를 나누고, 서로의 안부를 확인한다.
자연은 묵묵히 우리를 안아주고, 흙은 조용히 생기를 건넨다.
집에 돌아오면 9시.
짧게 뉴스를 보고, 9시 반쯤이면 꿈나라로 향한다.
오늘도 잘 살았다는 기쁨,
누군가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다는 보람,
그리고 가족과 함께하는 감사가 가슴에 잔잔하게 스며든다.
이 일상이 기적 같다.
나는 오늘도 감사로 채워진 하루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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