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타

무등산 자락, 증심사 초입에
이름조차 맑은 수자타가 있다네.
사찰 음식의 담백한 향이
산바람 따라 조용히 퍼지는 그곳,

가성비 좋다며 들뜬 발길 오가지만
홀로 머무르기엔 문득
마음 한 자락이 주춤하곤 하지.

예서 부처 되신 길을 되짚어보네.
육년 고행 끝, 기진한 싯다르타에게
젖빛 유미죽 한 사발 공양한
선한 처녀의 이름, 수자타

이 집은 그 이름을 받들어
공양의 마음으로 손님을 맞이한다네.
그대, 귀한 걸음 되었거든
부디 이 집 앞에서 발길을 멈추게나.

낯선 얼굴들과 눈빛을 나누며
한 상에 둘러앉아
소박한 음식에 마음을 씻고,

식후엔 젖빛 단술 한 사발
낮고 부드러운 취기에
말 없이 웃는 그대와 나 사이
우정이라는 이름의 연꽃 하나
천천히 피어날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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