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아이,시인이 되다

1950년 겨울,
눈발 뒤엉킨 흥남부두에서
갓 태어난 나를 실어 나른 것은
철의 배이었지만
희망의 자궁이었던,
미국의 상선 메러디스 빅토리호(Meredith Victory)였다.

라루(Leonard LaRue) 선장의 결단,
무기를 내리고 1만 4천의 숨결을 배에 실었다,
그 속에 울음 한 점인 내가 있었다.
바다는 차갑고 세상은 잿빛이었으나
자유의 땅은 나를 품어
오늘의 삶으로 길러주었다.

세월이 강처럼 흘러
그 갓난아이는 칠십고개를 훌쩍 넘었다
그리고 마지막 사명인양
그때의 눈물과 바람을 글로 새기는
시인이 되었다.
오늘 내가 쓰는 시마다
마지막 피난민으로서
원초적인 울음과 바람이 스며있다

그날의 바다를, 그날의 아이를,
그리고 살아남은 우리를
끝내 증언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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