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양도*에서

바람이 분다
검푸른 파도에 흔들거리는데

설레는 마음
파도가 들었다 놓기를 반복하고
유람선 짧은 뱃길
아쉬움으로 유영한다

바다 기슭의 현무암 검은 바위
파도에 깎이고 떨어져나가
우리네 생처럼
모난 곳이 닳아지고 있다

화산구 웅덩이 속 비양나무 초록 잎새
추위 잊고 손 내밀어 방실 방실

보말죽* 한 사발 훈훈한 인심 넘쳐나고
퐁당 빠져든 마음 자락
스르르 스르르

갈매기 춤사위 수평선에 걸려
바람 따라 도는 풍차
흐르는 시간조차 망각한다.


✽비양도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니양리에 속한 섬
✽보말죽 : 제주 토속 음식, 일명 고동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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