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피리
- 시인:
박도진
- 작성일: 2025-08-19 13:47
풀피리
풀피리를 부는 소년의 작은 인형
그 자리에 아직 어린 시절이 머물러 있네
들꽃 흔들리는 바람속에
손 끝에 잡힌 한줄기 갈대 잎
그 사이로 지나가던 공기의 떨림이
맑고 애잔한 울음을 불러냈지
가난한 풀잎 하나가
잠시 울고 사라져도
들판의 햇살은 그 소리를 오래 품어
반백 년 세월을 건너 오늘에도 전해주네
멀리 떠난 이의 그리움을 닮아
가슴속 깊은 곳을 흔드는 풀잎의 노래
새의 날갯질처럼 공중에 번져
먼 하늘로 사라져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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