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오월

갑자기 고립되어
외로운 섬이 되어 버린 도시
기러기 부부로 떨어져
지냈던 신혼시절
산모의 몸으로
발만 동동 구르던 그해 오월

모든 연락 두절된 채
차량도 직장도 시간도 멈춰 섰지
원거리 콜택시 수소문하여
구급환자 이송 차량에
생명줄 건 광주 본가행

집에 오는 길목마다
계엄군의 삼엄한 검문 검색 줄을 잇고
좁은 비포장 논길 돌고 돌아
겨우 달려온 질곡의 귀갓길
포플러 가로수도
푸르른 들판도 숨을 죽이고 있었지

널부러진 시가지는 정적만 감돌고
연락할 길 없는 불통 전화
차도 인적도 없는 텅 빈 거리
광주는 외로운 섬이 되어 고립되었는데
외신기자 카메라 찰칵대는 소리만
낯설게 다가온
그해 오월.

고군분투 끝에 찾아온 신혼집
행방 몰라 연락 안 되는 낭군
애타는 마음 가누지 못한 채
밤새 뜬눈에 불안한 생각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

풋풋한 젊음 앞세워 민주화 열정으로
시민군에 합류한 투혼 의지
상봉의 기쁨보다 지치고 허기진 모습에
애간장 쓸어내렸지

그해 태어난 사랑하는 아들
세월 지나 이제 마흔 넘어
올해 5·18 맞으니 숭고한 뜻 자라나
민주화 초석 이루었지

눈과 귀 가렸던 야만의 역사
숨기고 싶었던 진실들 차츰 드러나고
민주화 열망으로 끝내 피워냈지
← 시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