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단상

햇살이 내리는 가을날
비둘기들 가만히 날개 접고
물 한 모금 입에 머금고
푸드득 나는 정원 뜨락

연꽃은 한 잎 두 잎 연분홍옷 벗고
둥근 몸퉁 드러내
가는 세월을 세고 있다

갑작스런 추위에
연못은 모락모락 물안개 피워내고
살얼음 내려앉아 이불자락 펼치니
송사리 떼 유영에 잠긴다

계절이 비켜가는 길목에
안으로 잦아드는 간절한 기도
고요 안고 내 안으로 침참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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