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 도
- 시인:
정옥남
- 작성일: 2025-08-10 10:38
따사로운 햇살
살랑대는 바람
포도가 알알이 익어가기 좋은 날
한철을 포도밭에 매달린 수고와
비바람과 서리에 단맛이 스미어 잘 익은
송이송이 탐스럽다
포도송이가
서늘한 옹기 속에서
숙성해가는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고
포도주로 다시 태어나면
이것은 나의 보혈(寶血)이라 말씀하신
그 분의 숨결이 느껴진다
붉디붉은 축배의 잔 넘쳐나면
입 안 가득 농부의 수고로움과
비바람과 수많은 햇볕의 세례
나는 어느새 순결해지고 겸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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