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 미

거센 비바람소리
창문 흔들어
무심코 바라본 거기
한 생명이 있다

빗물 얼기설기 묻어
날줄 씨줄 엮여진 터에 길게 뻗은 다리 힘주어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

가느다란 생명줄에 웅크린 가슴
공중 묘기 하듯 그네 탄다

세찬 바람에도
몸 낮춰 휘청이며 묵묵히

수직 벼랑 끝에서 현실을 견디는 그 안에
또 하나 우주가
피어나고 있다.
← 시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