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하얀 건반 따라
흐르는 음률
가을 하늘로 피어 올라
내 마음 깊은 곳에 닿는다

흑백의 보석 알알이 펼치니
하늘거리는 추억
시간의 벽에 기대면
여운 되어 흘러 나온다

건반에 손길이 사뿐거릴 때마다
날렵한 물고기들 튀어오르고
산골짝 개울물처럼 잔잔하게 흐르기도 하는
건반의 소요,

내가 지나온 길도 저러했으리라
잔잔한 수면을 지나는 배였다가
느닷없이 뛰어내린 절벽 같은,
이제는 지난 세월을 더듬거리며
흑백의 건반을 두드리면

내가 막 당도한 저녁무렵의
낯익어 마음 편안한 항구에
노을이 붉게 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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