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 엽

지난밤 된서리에
잎새들 온몸 멍들어 혼미하다

이제 계절의 틈바구니에서
흐느적거리며 작별 인사 나누어야 할 때

갈바람에 내맡긴 몸 휘그르르 감돌다
언덕 밑 길섶에서 시린 마음 추스린다

지난 여름 푸르렀던 이야기들
제 몸을 땅에 떨구고 고백한다
가야 할 때를 알아
한참을 흐느낀다

따사로운 봄 햇살이 찾아올 때까지
은둔의 시간 속에서
한 알의 밀알이 싹 틔우듯이
새로운 만남을 꿈꾸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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