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부는 날

시꺼먼 회오리 구름
세찬 비바람
무등에 오른다

학교는 문 닫고
공항은 발 묶이고
세상은 태풍 아래 엎드려 숨을 죽인다

온 밤 지새우는 동안
창문 덜컹거리는 소리에
눈과 귀가 모아진다

새날 밝아 드센 바람의 기세 꺾이고
폭염에 목마른 산하는
서서히 기운을 차린다

인생길에 만난 태풍 몇 번이었던가
모진 세월 빛나는 아픔의 흔적은
상처 위에 새살 돋듯 쓰린 마음마저
길동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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