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고추

고추 - 정성심

하늘하늘 바람에 나부끼는
가냘픈 잎사귀 속에
그런 매운 맛을 품고 있을 줄
미쳐 몰랐지요

옛 선조들
무척이나 좋아하여
주렁주렁 문간에 매달아놓은 뜻
지금은 알고 있지요

젊을 때는
희망에 부푼 초록단장
나이들면 정열의 붉음으로
가슴 속 쓰라림 맛으로 품는

고추의 변신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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