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끝에 열린. 여름

칼잡이의 손끝엔 망설임이 없다.

운동장을 돌 때 본능처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듯,
수박도 위에서 아래로
단칼에— 쩍!

눈부신 비밀의 세상.
녹색 울타리 안, 붉은 속살.
웅크린 검은 씨앗들.
칼끝이 열어젖힌 것은 한여름의 문이었다.

인생도 그러하다.
한 번의 결단마다
서늘한 운명이 갈라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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