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나는 바보
- 시인:
오정실
- 작성일: 2025-08-04 23:35
나는 바보
나를 위해선
만원 한 장도 아까워
지갑을 열고 닫고
걸음을 망서린다ㅡ
택시비도 아까워 안타고
버스 정류장에
땀을 흘리며 선 채
하늘을 본다
하지만 손자들 앞에선
지갑이 먼저 열린다
만원짜리 한 두장은 쉽게
열 만원도 망설임 없다
작은 손에 쥐어줄 때
내 마음은 꽃처럼 핀다
나는 안 쓰고
너는 누리기를 바라는
그래, 나는
조금 바보일지 몰라
그러나 사랑이란 게
원래 그런 거 아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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