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감기

콧물 질질
가래침은 목을 넘지 못하고
대낮부터 꾸벅꾸벅 졸음이 쏟아진디
예전에 먹다가 남은 감기약을
망설이다가 주저주저 삼키면
조금쯤 나아지는 기미가 있다
숨막히는 열대야의 무더위 속에
뒤척이며 선풍기 바람에 몸을 맡긴 밤
달갑지 않은 여름 손님이 찾아왔다
이 더위에 에어콘이 있어도
발버둥치는 수전노(守錢奴)의 그림자
그 그늘에서 벗어나
시원한 산바람이 불어오는
좁다란 내집에서 머물고 싶다
여름감기를 숨기고 싶어도
깊게 잠긴 쉰 목소리를 숨길수 없다네
다가오는 사람에게 혹여 아픔을 전할까
접근을 머뭇거리고
오늘도 열대야의 늪에서
홀로 허우적거릴
나의 모습이 애처롭기만 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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