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냉면과 비빔냉면

물냉면과 비빔냉면 (박도진 시인)

매미 떼창 쏟아지는 여름 한가운데
지인(知人)들과 후루룩 냉면을 먹는 시절

줏대 없는 사내 하나
식탁 분위기 맞춘답시고
물냉면 대신 비빔냉면을 시키더니
젓가락 멈추고 후회의 입맛 다셨다네

물냉면과 비빔냉면
선악(善惡)의 대결도 아니고
수채화냐, 유화냐, 그저 취향의 문제일뿐

차가운 육수에 몸 씻는 물냉면은
담백,시원,깔끔한 세계요
새콤,달콤, 매콤의 비빔냉면은
혀끝은 즐거워도 목은 타들어간다

시원하게 목을 해갈시키는 물냉면이 나는 좋았으니
우리의 삶도 오롯이 그러하리.
자신의 색깔대로 사는 것이 으뜸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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