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기독병원

자식들의 첫울음이 번진 곳
아내는 췌장을 부여잡고 생과 죽음의 문턱을 넘었고
나는 요로결석으로 긴 밤을 응급실에 누웠지
어머니를 보내는 마지막 길도 이곳이었고

한 병원에서
태어남과 이별까지
삶의 처음과 끝을 나란히 걸은
우리 가족의 연대기,
하지만 이는 우리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네

한때는 제중(濟衆)병원이라 불렸던 이름
선교사의 사택이 변해 첫 서양식 병원이 되었고
양림동 골목에서 띄운 조그만 희망의 묘목은
이내 ‘빛고을’의 생명나무로 자라났지

내 발걸음이 다시 이 병원 앞을 지난다
등에는 햇살에 뜨거워진 배낭 하나,
그 안에 담긴 세월과 추억처럼
이 병원도 묵묵히 수많은 사연을 품고 서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바라는 건
인생의 무대에서
아프지 않고 병원 문턱을 넘지 않는 삶이지만
모두들 한번쯤은 이곳에 들려야 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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