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진

세상물이 조금 덜들어
우리 부부는 귀가 얇았어요
보이스 피싱에 낚이는 순간에
하늘의 도움이 있었으니

우리 부부가 타는 조그마한 프라이드.
저 멀리 서울 부근까지 가서 중고로 샀답니다
값싼 매물만 보고 덜컥 달려갔다가
업자의 말에 그만 낚였으니

가족 사진을 저렴하게 찍어준다기에
온 가족을 불러 모았는데
생각하지 못한 주문이 쏟아지네요
모처럼 모인 그 기회가 아까워
비싼 값을 치르고야 말았지요

그 사진 안방에 걸려 있어
매일같이 마주합니다
“그때 사진 찍기를 잘 했지”
아내가 운전하는 프라이드와
벽에 걸린 가족 사진-
귀가 얇은 자에게 주어지는 선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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