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을 앞두고

주님!
한평생 늘 푸른 나무라 믿었습니다.
그러나 불현듯 불어온 거센 바람에
몸통이 상하고 가지 끝이 시들어 갑니다

근육질 몸은 아니었으나
잔병없이 살아온 세월.
맑은 샘터는 아니었으나
쉼없이 흐르는 물줄기라 믿었습니다

이제 전신 마취를 앞둔 밤
두려움이 소리없이 다가오지만
지나온 날들에 감사가 더 큽니다.

정성스레 키운 묘목들이
포근한 보금자리를 갖추고,
걸어온 발자취는 시집이 되어
유서(遺書)처럼 남겨 있습니다

칠십년 세월을 훌쩍 넘긴 지금,
마지막 망설임은 아내를 향한 잔가지 뿐.
그러나 주님
당신이 나보다 더 깊이 아내를 사랑하시기에
이것마저도 주님께 맡깁니다.

수술 후, 긴 재활의 시간이
고통이 아니라
열매를 맺는 계절이 되기를,
창문 너머 바깥 세상은
소소(小少)한 모든 것이 아름답고,
지내온 삶의 건널목마다
감사의 표지판을 세우고 싶습니다

그 아름다움이 내 몸 속에 깊이 스며들기를
그 고마움이 내 몸 속에 면역력으로 퍼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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