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대

늙으면 왜 장롱 속에, 장판 밑에
돈을 감춰두는지 이제야 알겠다
초대받지도 않은 병마가
언제 문을 두드릴지 모르니까
다가오는 불안한 날들을
돈뭉치가 대신 막아주니까
자식들의 효심도
자꾸만 병치레하는 부모를 피해 가니까

나이들면 자주 찾아가는 곳은 치과
한 생애를 함께한 이빨들은
몇 개나 남았을까
한녀석만 아파도
잠 못이루는 밤이 찾아오는데

의사가 두드리는 망치질에도 아프지 않다
하지만 잇몸 속 염증은
몸 구석구석 시린 기척으로 스며든다

이때 찾아온 잇몸 치료약 옥수수대
냄비에 넣고 천천히 끓여
그 물을 입안 가득 머금으면
이제 잇몸 통증에서 해방되리라

옥수수대를 건네준 그 손길 위로
복덩이가 굴러 들어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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