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김장
- 시인:
박도진
- 작성일: 2026-03-19 10:05
귀신도 하품할 새벽
대파의 흰 숨을 다듬고
마늘의 살점과
생강의 허물을 벗긴다
먼 나라에서 온 손님을 위해
아내는 붉은 정성을 풀어 놓고
나는 그 곁에서 말없이 시간을 거든다
고춧가루에 젖은 아내의 손끝에서
내 손이 조금만 늦어지면
뒤통수로 매운 잔소리가 날아든다
나의 몸에도 어느덧
소금 간이 배어 있다
김장이 끝난 뒤
눈물과 콧물이 뒤섞인 얼굴로
새벽의 문턱에 서 있을 때
생강의 매운 향 하나
수고했다는 말처럼 뼈속 깊이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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