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항해

검푸른 두려움의 바다 위로
오직 별빛 하나를 이정표 삼아
긴 고동 소리와 함께 첫 물길을 엽니다.

회색빛 실망이 밀려올 때면
무너진 마음의 자리에 작은 푯대 세우고
진흙 묻은 닻을 감아올려
다시 길을 채비합니다.

검붉은 분노가 넘실거리는 날엔
휘어지는 돛대를 곧게 펴 바람을 부르고
사나운 파도 속으로 기꺼이 몸을 던집니다.

​이 길이
내 생의 마지막 여정일지라도
모든 갈망이 채워지길 바라지 않겠습니다.
때로는 암초에 걸려 멈춰 서고
거센 파도에 육신이 조각나
허물어지는 날도 있겠지요.

그러나 나는 믿습니다.
매번 쓰러짐 끝에 다시 솟구칠 수 있었던 건
보이지 않는 따스한 손길이
늘 나를 감싸 안아주었기 때문임을.

오늘도 나는
끝이 보이지 않는 이 망망대해에서
희미한 별 하나 가슴에 품고
남은 생을 다해 건너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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